BRIGHT SIDE

Fashion + Culture + Style

  • 2025. 3. 6.

    by. brightsider

    목차

      오리엔탈리즘 패션의 역사

       

       

      오리엔탈리즘 (Orientalism)은 서구가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과 태도를 의미하며, 패션에서도 중요한 흐름 중 하나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19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패션계는 동양의 미학과 스타일을 차용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오리엔탈리즘이 패션에서 어떻게 나타났으며, 그 미학적 특징과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리엔탈리즘의 개념과 패션에서의 등장

       

      오리엔탈리즘이란 서구가 동양을 exotic(이국적), 신비롭고 낯선 공간으로 인식하며 형성된 문화적 시선을 뜻합니다. 이는 18~19세기 서구 제국주의의 확장과 함께 발전했으며,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의 저서 Orientalism(1978)에서 비판적으로 분석된 바가 있기도 합니다.

      패션에서 오리엔탈리즘은 주로 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의 의복 스타일과 패턴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초기에는 유럽 상류층이 실크, 자수, 터번 등의 동양풍 요소를 유행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디자이너들이 동양적 요소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발전해 왔습니다.

       

       

      패션에서의 오리엔탈리즘의 역사적 전개

       

      1) 19세기: 서구 귀족 사회의 동양 취향

      19세기 유럽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예술과 직물이 유행하면서 ‘치노와즈리(Chinoiserie, 중국풍 양식)’와 ‘자포니즘(Japonisme, 일본풍 양식)’이 패션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유럽 귀족들은 동양의 실크 가운과 자수를 사용한 드레스를 선호했고, 일본 기모노나 중국의 창파오(長袍) 스타일이 유럽 드레스에 접목되기도 했습니다.

       

      2) 20세기 초반: 포르 포와레(Paul Poiret)의 영향

      20세기 초 오리엔탈리즘 패션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프랑스의 폴 포와레였습니다. 그는 1910년대에 터키와 페르시아, 일본의 전통 의상에서 영감을 받아 실루엣이 넓고 화려한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서구 패션의 코르셋을 제거하고 루즈한 실루엣을 도입해 여성들에게 새로운 자유를 제공했습니다. 터번, 하렘 팬츠(harem pants), 자수 장식 가운 등은 그의 주요 디자인 요소였습니다.

       

      3) 1920~30년대: 아르데코와 오리엔탈리즘의 융합

      1920~30년대에는 아르데코(Art Deco) 스타일과 오리엔탈리즘이 결합되며, 화려한 문양과 금속 장식이 강조된 동양풍 의상이 유행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이브닝드레스에 일본 기모노 스타일의 실루엣이 반영되었고, 중국풍 자수와 비즈 장식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4) 1960~70년대: 히피 문화와 오리엔탈리즘

      1960~70년대에는 히피(Hippie) 문화와 맞물려 오리엔탈리즘 패션이 다시 등장하게 됩니다. 인도, 모로코, 아프가니스탄 등의 전통 의상이 서구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였으며, 이국적인 프린트, 헐렁한 실루엣, 에스닉한 디테일이 유행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의 차용을 넘어서, 동양의 정신세계와 철학을 탐구하는 움직임과 연결되기도 했습니다.

       

      5) 현대 패션에서의 오리엔탈리즘

      21세기에도 오리엔탈리즘은 패션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문화적 민감성과 윤리적 논의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15년 멧 갈라(Met Gala)에서는 ‘China: Through the Looking Glass’라는 테마로 중국풍 의상이 등장했지만, 일부 디자인이 ‘문화 전유(Cultural Appropriation)’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기에 현대 디자이너들은 동양적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구찌(Gucci),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등은 동양적 실루엣과 장식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패션을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패션에서 오리엔탈리즘의 미학적 특징

       

      1) 실루엣과 구조

      서구의 몸에 밀착된 실루엣과 달리, 동양적 요소가 반영된 패션은 여유로운 핏과 유동적인 실루엣이 특징입니다. 폴 포와레의 드레이핑 기법처럼 동양적 로브(robe) 스타일이 적용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2) 패턴과 장식

      동양적인 자수(embroidery), 용과 봉황, 꽃 등의 상징적 패턴이 많이 활용되었습니다. 오리엔탈 스타일에서는 금색, 붉은색, 청색과 같은 강렬한 색채 대비가 강조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3) 직물과 소재

      실크(silk), 브로케이드(brocade), 벨벳(velvet) 등의 고급스러운 소재가 주로 사용됩니다. 자연 염색 기법, 전통적인 직조 방식 등이 반영되기도 합니다.

       

       

      패션에서 오리엔탈리즘의 사회적 의미와 논쟁

       

      패션에서의 오리엔탈리즘은 단순한 스타일 차용을 넘어, 서구와 동양의 문화적 관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화적 차용(cultural appropriation)과 존중(respect) 사이의 경계를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1) 문화 전유 논란

      서구 디자이너들이 동양적 요소를 차용하는 과정에서, 원래 문화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했었습니다. 전통 의상을 단순한 ‘이국적’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은 해당 문화에 대한 오해를 조장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2) 긍정적인 사례

      최근에는 동양 출신 디자이너들이 직접 전통과 현대를 결합하며 오리엔탈리즘을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디자이너 구오 페이(Guo Pei)는 전통적인 중국식 자수를 현대적인 고급 패션으로 승화시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문화적 교류와 존중을 반영하는 도구

       

      패션에서 오리엔탈리즘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초기에는 서구 중심적 시각에서 단순한 이국적 스타일로 소비되었지만, 현대에는 보다 깊이 있는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패션이 단순한 외형적 유행을 넘어, 문화적 교류와 존중을 반영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우리는 오리엔탈리즘 패션을 보다 비판적이고 열린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